THE FIRST SLAMDUNK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슬램덩크 극장판입니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극장판 소식이 들려오던 게 엊그제 같은데 드디어 개봉을 했네요. 중학생 시절 남학생 제외하고는 안 보던 슬램덩크 만화책을 만화방에서 우연히 읽곤 미친듯이 읽어가다가 엄마의 저녁 호출에 끝까지 보지 못하고 다음날까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던 어린 덕후 먼지맘ㅎㅎㅎㅎ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몇 시간이고 편하게 정주행 할 수 있던 시절이 아니었기에(집에서 인터넷 하면 통신요금 나가던 시절임) 다른 것도 아니고 만화책 본다고 인터넷을 쓰는 건 상상도 못 했었죠. 다음날 하교하자마자 담배냄새나던 만화방에 뛰어가 아재들 틈에서 슬램덩크를 보며 눈물 찔끔대던 지난날이 생각나는군요.
그 후 무럭무럭 자란 덕후는 소장할 수 있는 건 다 가지게 되었지만 이미 완결이 나버린 작품을 덕질하기엔 항상 목마름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극장판 화 된다는 소식이 들려왔죠. 소식만 들려왔지 그동안 줄거리가 어떻게 되는지, 어떤 식으로 내용이 그려지는지 전혀 공개가 되질 않아 말이 많았던 작품이라 큰 기대 하지 말아야지.. 하며 그 어떤 후기도 보지 않고 극장으로 향했었네요.

지금까지 3회차 정도 보고 온 상태이고 특전 줄 때까지 계속 N회차 관람할 예정이지만, 볼 때마다 감동이고 벅차오르는 감정을 잊지 않으려고 스포 없는 후기? 내지는 감상정도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큰 의미는 없지만 그냥 제가 쓴 글 나중에 제가 보면 재밌거든요ㅎㅎㅎㅎ


- 만화책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
거부하려해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디즈니 스타일 3D 애니메이션 그림체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영화 초반엔 인물의 움직임이 조금은 어색한 느낌이 아주 잠시.. 샤샤샥 스쳐갔어요. 물론 아날로그적인 감성에 금방 젖어들었지만요. 이노우에 작가의 손길이 전반적으로 묻어있다는 게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로 원작의 작화와 똑같아서 점점 이질감이 없어집니다. 농구 경기컷은 3D이고 회상신 등 나머지는 2D라고 하던데, 그걸 떠나서 2D 일 때는 갑자기 못 생겨지는 건 작가와 감독의 의도인 걸까..
- 줄거리가 밝혀지지 않았던 이유를 알겠다 :
이런 식으로 내용을 풀어갈 줄은 몰랐어요. 워낙 정보가 없었어서 원작의 스핀오프를 보여주는 걸까, 단순히 원작 내용 중 한 편을 재구성 하는 걸까 알 수 없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둘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원작 내용 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편이기도 하고 TV애니메이션에서 그려지지 않은 산왕전에 원작에선 나오지 않은 숨겨진 이야기도 그려 넣어 송태섭이라는 캐릭터가 더욱 짙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네요. 강백호를 주인공으로 그려지는 원작과 달리 송태섭으로 극을 이끌어 가기 때문에 오히려 코믹이 주가 아닌 진중하고 묵직하게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었던 것 같아 저는 너무 좋았어요. 강백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어 아쉬워하는 팬들의 마음도 이해는 되지만요: )
- 새롭게 바뀐 인물들의 목소리(자막판) :
한국 더빙판은 어떤지 모르겠어요. 저는 원작을 만화책으로, 애니메이션은 일본판으로만 봐와서 한국판 목소리는 익숙하질 않아서요. 이번 극장판에 일본판 성우가 싹 물갈이 되었다고 굉장히 늦게 보도가 되었었고, 모두가 충격과 공포였다고 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더 기대가 되더라고요. 이노우에 작가도 그랬다고 들었는데 저도 기존 성우 목소리가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았었거든요ㅎㅎㅎㅎ 일단 강백호 목소리가 너무 찢어지는 목소리로 오바스럽고 들뜬 목소리인 게 싫었고 루카와 목소리도 이전엔 얇고 미성인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낮게 깔린 섹시한 목소리로 바뀌었어요. 사실 서태웅도 거구인데 얇은 목소리가 난다는 게 오히려 현실성이 좀 더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모든 등장인물이 일본 만화 특유의 과장된 스타일이 아닌 자연스러운 연기로 통일된 모습이 보고 듣기 편하여 좋았습니다.
- 목소리는 일본어, 자막은 한국판 이름? :
지금까지 이런 경우가 또 있었나 싶어요. 대부분 자막판은 원작 이름을 그대로 살려두잖아요. 그런데 이번 슬램덩크 극장판은 목소리론 사쿠라기!! 자막은 강백호!! 라고 나와서 한국 독자들이 이해하기에 충분했어요. 또 그만큼 슬램덩크의 로컬화가 역대급으로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고요.
- 명장면 명대사 유머 모두 들어가있다:
작품의 분위기 자체는 기본적으로 진중해요. 붕붕 뜨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가죠. 일본 스포츠 애니에서는 대부분 긴박함을 표현하기 위해 경기 장면 중 한 포인트를 굉장히 오래 보여주기 마련인데(성우의 큰 외침과 함께) 슬램덩크는 끊거나 리와인드되는 게 없어 좋았어요. 경기 초반까지는 송태섭의 과거 이야기를 중간중간 넣어 쉼을 주며 빌드업을 해가는데 절정에 다 달았을 때 그 이야기와 연결되는 지점이 정말 짜릿해요. 영화를 본 모든 팬들이 같은 마음일 거예요ㅎㅎㅎㅎ 그럼에도 슬램덩크 하면 생각나는 명장면과 명대사가 깨알같이 숨어있어서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관람 3회차 만에 발견했는데 채치수와 강백호의 하이파이트 이후 뒤편에 강백호가 퉁퉁 부은 손으로 뛰어가는 모습을 발견했어요ㅋㅋㅋㅋ 억지로 드러내지 않고 지나가는 장면이라 몰랐는데 여러 번 보다 보니 보이는 장면들이 많더라고요ㅎㅎㅎㅎ
- 이시대의 미인은 송태섭이다:
ㅎㅎㅎㅎ 그냥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그 옛날엔 미남 캐릭터로 주목받는 편은 아니었죠. 그런데 확실히 요즘 시대에 잘 맞는 얼굴인 것 같아요. 스타일리시 한 느낌이랄까..ㅎㅎㅎㅎ 이번 작품에서 송태섭 이야기를 더 매력적으로 담아준 점도 한 몫할 것 같네요.

현재 3주차 특전까지 나왔네요. 점점 특전 이벤트를 진행하는 영화관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지만.. 100만 관객도 돌파했다고 하니 마지막까지 풍성한 이벤트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극장에 다시 달려가야겠습니다. 더불어 1/26부터 더현대서울에서 열리는 슬램덩크 팝업행사도 가볼 예정이니 후기 들고 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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